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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컴공을 졸업했는데, 신입의 일을 AI가 먼저 배웠다

by 도승이 2026. 9. 8.

2026년 에이전트 AI가 바꾸는 개발자의 첫 일자리, 그리고 대학에서 다시 배워야 할 것들

개발자가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컴퓨터공학과에 들어갔습니다. 자료구조를 공부하고, 팀 프로젝트를 하고, 코딩테스트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졸업할 무렵에는 AI가 코드를 쓰고 테스트까지 돌립니다.

학생이 준비한 첫 업무를, 회사가 먼저 도입한 도구가 수행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 상황을 마주한 졸업생에게 더 열심히 공부하라는 말은 충분한 답이 되지 못합니다.

취업 준비의 기준이 바뀌었는데 무엇이 달라졌는지, 어느 부분을 다시 준비해야 하는지부터 설명해야 합니다.

2026년 개발자 채용과 컴퓨터공학 교육을 함께 볼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에이전트 AI가 바꾸는 것은 코드 작성 속도만이 아닙니다.

신입이 작은 일을 맡고, 실수하고, 리뷰를 받으며 경력자로 성장하던 과정까지 영향을 받습니다.

사람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따라 들어온 학생들

소프트웨어는 코로나 이전에도 산업을 움직이는 기반이었습니다. 은행 거래와 물류, 제조 설비, 쇼핑과 통신을 연결하는 시스템에는 설계하고 운영할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팬데믹은 온라인에서 처리해야 하는 일을 더 늘렸고, 개발을 배우려는 사람들에게는 그 수요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줬습니다.

한국에서 그 기대는 대학과 직업훈련 정책으로도 이어졌습니다. 교육부는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디지털 인재 100만 명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숫자는 컴퓨터공학 졸업생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다른 전공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인력까지 포함한 정책 목표였습니다. [1]

대학 밖의 진입 경로도 넓어졌습니다.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K-디지털 트레이닝 양성 규모는 2021년 1만 2천 명에서 2022년 2만 2천 명으로 늘었습니다. 민간 부트캠프 전체를 집계한 숫자는 아니지만, 짧은 집중 교육을 통해 디지털 직무로 이동하려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2]

컴퓨터공학, 소프트웨어공학, IT정보공학처럼 이름이 다른 학과와 부트캠프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개발자라는 직업을 향했습니다. 물론 이 학과들의 교육과정이 모두 같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봐야 할 것은 이름보다 시간차입니다. 입학하거나 교육을 시작할 때의 노동시장과, 졸업·수료한 뒤 문을 두드리는 노동시장은 몇 년 떨어져 있습니다.

당시의 수요를 보고 진로를 정한 선택을 이제 와서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인력을 양성하는 속도와 기업이 일을 재편하는 속도가 어긋나면서, 그 비용을 첫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먼저 부담하게 됐습니다.

코드 한 줄을 묻던 도구가 업무를 받아가기 시작했다

초기의 생성형 AI를 쓸 때는 질문을 하고, 나온 코드를 복사하고, 실행 결과를 다시 알려주는 일이 흔했습니다. 코딩 에이전트는 저장소를 읽고 여러 파일을 고치며, 명령을 실행하고 테스트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사람이 맡기는 단위가 함수 하나에서 기능이나 오류 수정 작업으로 커진 셈입니다.

이 변화가 2026년에 갑자기 시작된 것은 아닙니다. Anthropic은 이미 2025년 4월 Claude Code 사용 대화의 79%를 자사 분류상 자동화에 해당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개발자 일자리의 79%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작업을 직접 수행하도록 맡기는 사용 방식이 에이전트에서 두드러졌다는 자료입니다. [3]

2026년에는 그 흐름이 교육과 채용 평가에도 들어오고 있습니다. 기능 구현을 잘게 나눠 지시하고, 실행 결과를 확인하고, 실패하면 다시 수정하게 만드는 과정 자체가 배울 대상이 됐습니다.

개발자가 만든 AI가 개발자의 일을 가져간다는 표현에는 분명한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다만 현장에서 먼저 일어날 수 있는 변화는 개발팀 전체가 사라지는 장면보다 작습니다. 기존 인원이 에이전트로 처리하는 업무가 늘어나면, 그 일을 맡기 위해 추가로 뽑으려던 신입 한 자리가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업무 자동화가 채용에 영향을 주는 가능한 경로입니다. 모든 기업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해고보다 조용한 변화, 첫 일자리가 열리지 않는다

스탠퍼드 디지털경제연구소의 2026년 8월 연구 업데이트는 이 지점을 짚습니다. 미국 ADP 급여자료에서 AI 노출도가 높은 직업의 22~25세 고용은, 노출도가 낮은 같은 연령대와 같은 속도로 증가했다고 가정한 수준보다 약 19% 낮았습니다. 연구진은 조정이 주로 청년 채용 감소를 통해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4]

19%는 한국 컴공 졸업생의 실업률도, 개발자 전체의 감소율도 아닙니다. 이 연구는 경제 전체에서 광범위한 일자리 대체를 발견했다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충격이 경력자와 노동시장 진입자에게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은 졸업생의 불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합니다.

금리와 투자 환경, 팬데믹 때 늘린 인력의 조정도 함께 봐야 합니다. 국내 신입 채용의 어려움을 전부 AI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기술 변화의 영향을 경기 탓으로만 미룰 수도 없습니다. 기업이 사람을 추가로 채용할지 판단할 때 에이전트라는 선택지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경험의 모순이 생깁니다. 회사는 AI가 만든 결과를 검토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합니다. 그런데 그 검토 능력은 실제 업무에서 잘못된 코드를 고치고, 장애를 겪고, 동료의 지적을 받으면서 쌓입니다. 초급 업무를 줄이면 그 경험을 얻을 자리도 줄어듭니다.

그래서 졸업생의 절망감은 단순히 공부량이 많아졌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경력을 쌓으려면 취업해야 하는데, 취업하려면 이미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더 무거워진 데 있습니다.

넥슨의 코딩테스트 폐지는 기본기의 폐지가 아니다

변화는 실제 채용 전형에서도 보입니다. 넥슨은 2026년 게임 프로그래머 채용형 인턴십인 넥토리얼에서 기존 코딩테스트를 없앴습니다. 대신 AI면접과 AI활용 역량평가를 진행합니다. 회사 전체의 모든 개발자 채용에서 코딩테스트를 없앴다는 의미로 넓혀 읽으면 안 됩니다. [5]

공식 안내에서 AI면접은 게임 프로그래머의 기본기와 공통역량을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별도의 AI활용 역량평가에서는 AI 이해도, 활용 과정, 최종 결과물과 함께 문제 접근 방식과 구조적 사고를 봅니다. AI가 지원자를 면접하는 것과 지원자가 AI를 활용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서로 다른 절차입니다.

여기서 읽히는 방향은 분명합니다. 결과물이 돌아가는지만 보여줘서는 부족합니다. 어떤 문제라고 판단했는지, 왜 그렇게 나눴는지, 도구가 만든 결과를 이해하는지까지 설명해야 합니다.

제조업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있습니다. HD현대는 2026년 하반기 신입 채용에 AI활용역량검사를 도입했습니다. 생성형 AI로 과제를 해결하고, 생성 결과를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재구성하는 역량을 본다는 설명입니다. 현대자동차와는 다른 기업집단입니다. [6]

이 사례들을 보면 알고리즘 공부를 그만해도 된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습니다. 시간복잡도를 모르면 AI가 만든 느린 코드를 평가하기 어렵고, 동시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테스트가 통과한 뒤 발생하는 오류를 놓칠 수 있습니다. 평가 도구가 달라질수록 기초지식을 실제 판단에 쓰는 능력이 드러납니다.

스탠퍼드의 2026년 강의는 에이전트와 일하는 과정을 가르친다

스탠퍼드의 2026년 가을학기 CS146S, The Modern Software Developer 강의 소개에는 요구사항을 실행 가능한 명세로 바꾸고, 에이전트에 필요한 맥락과 도구를 제공하며, 결과를 반복 평가하는 개발 과정이 등장합니다. MCP, 에이전트 스킬, 명세 기반 개발도 다룹니다. [7]

이름이 낯설어도 학생이 연습해야 할 일은 구체적입니다. 무엇을 만들지 먼저 정하고, 에이전트가 참고할 자료를 준비하고, 도구를 연결한 뒤, 제대로 만들었는지 확인할 기준을 세우는 것입니다. 손으로 입력하는 코드의 양만으로는 이 과정을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이 과목은 CS111·CS161에 상응하는 프로그래밍 경험을 선수조건으로 둡니다. 기초 없이 도구부터 익히면 된다는 수업으로 읽을 수 없습니다. 또한 한 과목의 강의계획이 스탠퍼드 학부 전체의 교육 방침을 대신하지는 않습니다.

하버드의 공개 입문과정 CS50x 2026은 다른 학습 단계의 사례입니다. 자체 교육용 AI는 허용하면서, 과제 답이나 코드를 완성해 주는 외부 AI의 사용은 제한합니다. 알고리즘과 메모리, 자료구조도 계속 가르칩니다. [8]

두 사례를 함께 보면 학생이 스스로 이해해야 하는 시간과, 도구를 활용해 복잡한 일을 수행하는 시간을 구분할 필요가 보입니다. 기초 과제를 에이전트에 전부 넘기면 나중에 결과를 검토할 기준을 배우지 못합니다. 반대로 실제 프로젝트에서도 도구를 전혀 쓰지 않는다면 변화한 작업 방식을 경험할 기회를 놓칩니다.

졸업생의 포트폴리오에는 판단의 흔적이 필요하다

지금 취업을 준비한다면 새 프로젝트의 개수를 늘리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미 만든 프로젝트 하나를 골라, 다른 사람이 사용해도 버틸 수 있는 상태까지 가져가 보는 편이 낫겠습니다. 아래 내용은 특정 기업의 합격 공식이 아니라, 앞선 변화를 바탕으로 한 제 제안입니다.

먼저 핵심 기능 하나는 AI를 끄고 설명하고 수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요청이 들어온 뒤 데이터베이스를 거쳐 응답이 나가기까지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왜 이 자료구조를 썼는지, 오류가 나면 어디부터 확인할지 말로 설명해 보는 겁니다. 설명이 막힌 부분이 다시 공부할 범위입니다.

그다음에는 같은 프로젝트의 작은 기능을 에이전트와 함께 개발해 보세요. 구현 전에 정상 동작과 실패 조건을 적고, 수정할 범위를 정합니다. 결과가 나오면 변경 내역을 읽고 직접 테스트합니다. AI가 제안했지만 채택하지 않은 코드와 그 이유도 남깁니다. 프롬프트를 많이 썼다는 기록보다 판단 근거가 있는 짧은 변경 기록이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예약 기능이라면 화면이 예쁘게 뜨는 것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마지막 한 자리를 동시에 신청하면 어떻게 되는지, 같은 요청을 두 번 보내면 예약이 중복되는지, 서버가 중간에 멈추면 어떤 상태가 남는지 확인합니다. 이 과정에서 트랜잭션, 잠금, 재시도 같은 수업 내용이 실제 문제와 연결됩니다.

규모는 작아도 좋습니다. 배포한 뒤 오류 로그를 보고 수정하고, 데이터를 백업했다가 복구해 보고, 월 운영비를 계산해 보세요. 실제 사용자 피드백을 받았다면 무엇을 바꿨는지도 적습니다. 다른 사람과 코드 리뷰를 주고받을 기회가 있다면 그 기록도 남길 만합니다.

면접에서는 AI가 어디까지 만들었고 본인이 무엇을 검토했는지 나눠 설명하면 됩니다. 맡긴 작업, 발견한 문제, 확인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사용자나 성과를 꾸밀 필요는 없습니다. 작은 문제라도 직접 끝까지 다뤘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관심 산업도 하나 정해보면 좋겠습니다. 제조, 게임, 금융, 물류에서는 소프트웨어가 맞춰야 할 조건이 다릅니다. 그 조건을 이해할수록 AI에 전달할 요구사항도 구체적이 됩니다. 누구에게나 비슷한 앱을 보여주는 포트폴리오에서 한 걸음 나갈 수 있습니다.

학생에게만 적응 비용을 넘길 수는 없다

이 방향을 따라 준비한다고 취업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채용 자리의 수와 개인의 준비는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졸업생 모두에게 알아서 실무 경험을 만들어오라고 요구하면, 교육과 기업이 맡아야 할 비용까지 개인에게 넘어갑니다.

대학은 완성 화면과 발표 자료 외에 수정 과정, 테스트 근거, 짧은 구술 설명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부트캠프도 수료 작품을 하나 더 만드는 대신 기존 코드를 유지보수하고 장애를 재현하는 과제를 늘릴 수 있습니다. 기업은 에이전트가 처리한 초급 업무 이후에 신입이 무엇을 맡고 누구에게 리뷰받으며 성장할지 설계해야 합니다.

개발자가 만든 AI가 개발자의 업무를 수행하는 시대에 컴퓨터공학을 배우는 사람은 곤란한 위치에 있습니다. 도구를 잘 쓰는 데서 끝나면 자신이 무엇을 이해하는지 증명하기 어렵고, 도구를 외면하면 실제 개발 방식과 멀어집니다.

저는 앞으로의 컴공 교육이 그 사이를 더 구체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풀어야 이해할 수 있는 문제는 남기고, 에이전트를 써서 더 큰 문제를 다룰 기회도 줘야 합니다. 졸업생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유행어보다, 배운 지식을 실제 결과에 연결하고 그 결과를 설명해 볼 자리입니다. 그 자리를 만드는 일까지 학생 혼자 감당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참고 자료

[1] 교육부,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2022-08-22)

[2] 고용노동부, K-디지털 트레이닝 양성 규모

[3] Anthropic, AI's impact on software development(2025-04-28)

[4] Stanford Digital Economy Lab, 청년 고용 연구 업데이트(2026-08-12)

[5] 넥슨, 2026 넥토리얼 공식 전형 안내

[6] 뉴스핌, HD현대 AI활용역량검사 도입(2026-09-04)

[7] Stanford CS146S, Fall 2026

[8] Harvard CS50x 2026, Academic Hones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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